Home 탐사보도의대보다 동부권 중증의료가 먼저”… 순천대 의대 신설론에 대안 제시

의대보다 동부권 중증의료가 먼저”… 순천대 의대 신설론에 대안 제시

- 의대 신설과 의료서비스 개선은 별개, 기존 의료자원 활용한 광역의료망 구축 필요성 제기

by 백형 이

[공익탐사뉴스=이백형기자]순천·여수·광양 동부권에 수준 높은 의료거점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를 위해 반드시 순천대학교에 새로운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과대학 신설 자체보다 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필수의료 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동부권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의과대학’이라는 명칭이 아니라 24시간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 심뇌혈관질환과 중증외상, 산업재해 환자를 골든타임 내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라는 분석이다.

의대 신설만으로 의료공백 해결 어려워

전문가들은 새 의대를 설립하더라도 지역 의료공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의과대학이 신설되더라도 첫 졸업생이 배출되기까지 6년이 걸리고, 전문의 수련까지 마치려면 통상 10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다. 군 복무와 임상경험까지 고려하면 지역에서 숙련된 전문의로 활동하기까지는 그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특히 대학 통합과 의대 신설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향후 10~20년 이후의 인구 변화와 고령화, 질병 구조, 의료기술 발전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의료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한 신설 의대 졸업생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거나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좋은 진료과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어 의대 신설이 곧바로 지역 필수의료 인력 확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의대보다 대학병원이 먼저”

대안으로는 기존 전남대학교 의과대학과 전남대학교병원의 교육·수련 체계를 활용해 순천에 동부권 대학병원 또는 임상교육병원을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전남대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일부를 동부권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한 뒤, 임상실습과 전공의 수련을 순천에서 실시하면 별도의 의대를 신설하지 않고도 지역 의료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의료서비스 제공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의료교육 시스템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순천·목포 동일 규모 대학병원 현실성 의문

순천과 목포에 각각 대형 대학병원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수백 병상 규모의 대학병원 두 곳을 동시에 건립할 경우 건축비와 의료장비, 정보시스템 구축, 개원 준비비 등을 포함한 초기 투자비만 1조 원 이상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으며, 개원 이후 상당 기간 운영 적자 보전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의료인력 확보다.

교수와 전문의, 전공의, 간호사 등 필수 의료인력을 두 병원에 동시에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 인구 감소 상황에서 병상 가동률과 의료진 숙련도를 유지할 만큼 환자 규모가 확보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능 중심 의료거점 구축 제안

전문가들은 지역균형은 동일한 규모의 병원을 지역마다 하나씩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과 의료수요에 맞춰 기능을 차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순천에는 동부권의 산업과 인구 구조를 고려해 심뇌혈관질환, 중증외상, 응급수술, 화상, 중독, 산업재해, 고위험 분만, 소아응급을 담당하는 중증의료 거점을 구축하고,

목포에는 도서지역 응급이송과 해양사고, 고위험 분만, 소아의료, 고령환자 진료 중심의 서남권 특화 의료거점을 구축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제안이다.

기존 의료자원 활용한 광역의료망 구축

전남·광주 행정통합을 추진한다면 기존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하나의 광역 의료망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남대·조선대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 선발 ▲순천 동부권 대학병원 또는 전남대병원 분원 구축 ▲목포 서남권 특화 의료거점 조성 ▲기존 종합병원의 공공임상교육병원 활용 ▲순천 임상교육캠퍼스와 목포 임상교육센터 설치 ▲의료 AI와 원격협진 시스템 구축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상·병리 공동판독과 중환자 원격협진, 응급환자 전원체계를 광주와 화순, 순천, 목포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새 의대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훨씬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학 통합과 의대 신설은 분리해야

순천대학교와 목포대학교 통합 논의 역시 의대 신설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학 통합이 교육과 연구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면 별도로 논의할 수 있지만, 의대 신설을 전제로 대학을 통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향후 의대 정원이나 대학병원 건립 계획을 변경하거나 축소할 경우 대학 통합만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합 논의를 계속하려면 의대 정원과 개교 시기, 대학병원 규모와 기능, 재원 조달 방안, 교수와 의료인력 확보 계획, 운영 적자 지원 대책 등이 법률과 예산으로 먼저 확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징보다 생명이 우선”

결국 핵심은 ‘세 번째 의대’라는 상징이 아니라 주민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필수의료 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선 순천에 동부권 중증의료 거점을 구축하고, 목포에는 서남권 특성에 맞는 의료거점을 조성한 뒤 기존 의대와 연계한 지역의사 양성체계를 운영해도 의료인력 부족이 객관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그때 새로운 의대 설립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라는 제안이다.

정치적 약속이나 지역 안배 논리보다 주민의 생명과 의료 접근성, 그리고 통합특별시의 재정 지속가능성을 우선하는 의료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논의가 지역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기사출처=www.newsbom.com/뉴스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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