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고창군 해리면 광승마을의 한 한우 농가에서 피해를 증언하기 위해 트랙터에 매단 죽은 송아지 사체의 모습이다. (사진=김현수 기자)
[공익탐사뉴스=김현수 기자] 2026년 4월 23일 오후, 전북 고창군 해리면 광승마을 입구에서 농민 김춘용 씨가 폐사한 송아지 사체를 트랙터에 매달고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아서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해당 지역 축산 농가들이 겪고 있는 집단 폐사 및 유산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현장에는 고창종합테마파크 공사 현장으로 향하는 25톤급 대형 덤프트럭 10여 대가 대기 상태로 정체되었으며, 시위 참여 농민들은 공사 차량의 운행이 가축의 생존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 조사 결과, 마을 진입로와 축사 사이의 거리는 약 50m 이내로 인접해 있어 공사 차량 운행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축사 내부로 직접 전달되는 구조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 고창군 해리면 광승마을의 한우 농가 주인 김춘용 씨가 축사 안의 소들을 배경으로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2개월간 10여 마리 폐사”… 초토화된 축산 기반과 농심(農心)
광승마을 및 인근 방축·월산리 일대의 축산 피해는 토사 운반이 시작된 2026년 2월부터 집중적으로 보고되었다. 피해 농가 김 씨의 기록에 따르면, 사육 중이던 임신우 및 송아지 7마리 중 정상적인 개체는 남지 않은 상태이다. 세부 피해 내역은 분만 직후 폐사 2두, 임신 기간 중 유산 3두, 새벽 시간대 소음에 놀란 어미 소에 의한 압사 2두로 집계되었다.
해당 마을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현재까지 접수된 가축 피해 사례는 한우 및 송아지 등 총 10여 마리에 육박한다.
축산 전문가들은 소의 경우 외부 자극에 의한 스트레스가 신진대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특성이 있어, 단기간 내 발생한 이러한 집단 피해는 환경적 요인의 급격한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축의 집단 폐사는 농가의 직접적인 자산 손실뿐만 아니라 향후 번식 기반을 파괴하여 장기적인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실제로 8개월 한우 송아지 마리당 가격은 400~5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전북 고창군 해리면 일대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토사 채취 공사 현장 전경. (사진=김현수 기자)
새벽 4시 30분의 굉음… 가축 생체 리듬 파괴하는 변칙 운행
본지가 만난 광승마을 농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토사 운반 덤프트럭의 주 운행 시간은 새벽 4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이다. 일반적인 공사 시작 시간보다 훨씬 이른 새벽 시간대부터 고중량 차량이 이동함에 따라, 야간 휴식 및 수면이 필요한 가축들에게 극심한 생리적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가축 생리학적 관점에서 새벽 시간대의 소음은 주간 소음보다 더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는 야간에 반추(되새김질) 활동과 깊은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면역력을 유지하는데,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엔진 굉음과 지반 진동은 이러한 생체 리듬을 완전히 파괴한다. 특히 분만을 앞둔 임신우의 경우, 새벽 시간대의 갑작스러운 외부 자극은 아드레날린 수치를 급격히 높여 자궁 평활근의 비정상적 수축을 유발하며, 이는 유산 및 사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도로에서 바라본 평화로운 축사의 모습이지만, 내부에서는 연쇄 폐사 사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법원과 과학이 규명한 ‘치명적 소음’… 70dB의 공포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심원면 고전리 통일교 관련 기업으로 알려진 모나용평의 고창종합테마파크 용평리조트 건설 현장의 토사 운반 공정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의 가축 사육 환경 지침과 서울중앙지법의 판례에 따르면, 가축 피해를 유발하는 소음과 진동의 임계 수치는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소음·진동으로 인한 가축피해 평가 및 배상액 산정기준’에 따르면, 순간 최대소음이 70dB(데시벨)을 초과할 경우 한우의 유산과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등가소음 60dB 이상은 수태율 저하와 성장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덤프트럭이 비포장도로나 좁은 농로를 운행할 때 발생하는 저주파 진동은 소의 체내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고, 자궁 수축 억제 및 배란 지연을 유발하여 생식 기능을 마비시킨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넘어 생리학적 수치로 증명되는 물리적 타격이다.
“인과관계 없다” 발뺌하는 사업자, 법원은 “배상 책임 있다” 판시
사업 주체 측은 “차량 운행 소음과 가축 폐사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업자 측은 소음 규제 기준치를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농민들의 배상 요구에 대해 법적 소송을 통한 해결을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 기준은 사업자의 주장과 차이가 있다. 2021년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따르면, 시공사가 운행 시간 제한이나 속도 제한 등 소음 감소 조치를 취했더라도, 실제 농가에서 측정된 최고 소음도가 70dB을 넘었다면 위법성이 인정된다.
법원은 이를 ‘사회생활상 통상의 수인한도’를 넘는 행위로 규정하여 가축 피해액의 70% 이상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선례가 있다. 사업자의 책임 회피는 이러한 법적 기준과 가축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을 받는다.
‘뒷짐 행정’ 고창군, 시공사 불법에도 눈 감은 방관의 대가
고창군의 행정 대응 과정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광승마을 주민들은 피해 발생 초기부터 군청에 실태 조사와 공사 차량 우회 노선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하지만 고창군은 “환경분쟁조정법 등에 따른 절차를 안내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으며 적극적인 행정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광승마을 이장은 가축 피해 대책 마련과 시공사의 불법 행위 감시를 요청하기 위해 수차례 군청을 방문했다. 그러나 담당 부서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민원을 원활히 처리하지 않았다.
지자체는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지역 주민의 쾌적한 환경권과 재산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개발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우선시하여 주민들의 반복적인 민원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태가 심각해지고 집단 폐사가 현실화된 이후에야 현장 점검과 협의회 구성을 추진하는 등 ‘사후약방문’식 행정은 행정의 존재 이유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뒤늦게나마 고창군이 해리면사무소에서 이장단 및 축산농가와 현안 타개를 위한 토론 및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역 민심의 서늘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상보다 생존이 먼저”… 상생을 잃어버린 개발의 끝
광승마을 농가들의 핵심 요구 사항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이 아닌 ‘공사 차량의 통행 제한 및 우회로 확보’이다. 농민들은 현재의 도로 구조상 대형 차량의 상시 운행이 계속되는 한 가축 사육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생존권 및 직업 수행의 자유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지속 가능한 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사업 주체의 이익과 지역 주민의 생업 보호가 공존할 수 있는 기술적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저속 운행 의무화, 대체 노선 개발 등의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개발 사업과 지역 공동체 간의 갈등은 해소되기 어렵다. 고창 광승마을의 이번 사태는 개발 편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구태의연한 개발 방식에 대한 법적·사회적 경종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