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오후, 전북 고창군 모양성 광장에서 열린 ‘고창군민 알권리 쟁취를 위한 제3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군민들이 촛불과 야광봉을 높이 들고 ‘떼창’을 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1차 집회 당시 사찰 의혹과 2차 집회 덤프트럭 사고 등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사진=김현수 기자)
(공익탐사뉴스=김현수 기자) 고창의 환경을 지키고 일방적인 행정에 맞서 군민들의 알권리를 요구하는 촛불의 불꽃이 한층 더 뜨겁게 타올랐다.
고창갯벌염전지키기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주최로 28일 오후 7시 전북 고창군 모양성 광장에서 열린 ‘고창군민 알권리 쟁취를 위한 제3차 촛불문화제’에는 모내기철 바쁜 일손을 뒤로하고 모여든 수많은 군민들이 참여해 평화적이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주권을 외쳤다.
이번 3차 촛불문화제는 개최 전부터 안팎의 뜨거운 긴장감 속에 치러졌다. 지난 1차 집회 당시 참가자들의 명단을 CCTV로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2차 집회 때는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광장에 대형 트럭이 무단 주차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2차 집회 당시 경찰의 협조로 이 트럭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후진 급발진 사고’로 주민 김성기 씨가 큰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해 군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병상에서 보내온 피해자의 호소… 모양성 광장의 의분
이날 집회의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은 단연 2차 집회 당시 트럭 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주민 김성기 씨의 발언 순서였다. 당초 김 씨는 완치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휠체어에 의지해서라도 직접 연단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머리 통증 등 건강 악화로 결국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김 씨가 직접 작성해 보낸 호소문을 동료 주민이 대신 단상에 올라 대독했다. 김 씨는 대독된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평화로운 목소리를 짓밟으려는 어떠한 폭력과 방해 공작도 고창의 미래를 향한 군민들의 연대를 막을 수 없다”며, “우리의 촛불은 분노와 폭력이 아니라 고창을 지키는 희망이어야 하며, 마지막까지 몸을 추슬러 군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어 미국에서 50여 년간 거주하다 고창 시니어스타워로 귀촌한 박클라라 씨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연과 갯벌, 염전이 사라진다면 고창의 미래도 없다”며 갯벌 보전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또한 조철진 씨는 “행정은 군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다”라며 투명한 정보 공개와 군민 주권 강화를 강력히 주장해 큰 호응을 얻었다.
“통일교 리조트·골프장 밀실 계약과 원전 상생자금 140억 원 지원 전면 공개하라”
시민연대 정일윤 공동대표는 취지 발언을 통해 “고창군은 왜 이렇게 중요한 사업을 군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정보공개 요구 앞에 침묵으로 일관하는가”라고 질타하며, “군민 동의 없는 일방적 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 피해와 환경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문화제에는 윤석열 탄핵 전국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도 응원 영상 메시지를 보내와 고창군민들의 투쟁에 연대와 지지의 뜻을 표했다.
문화제 후반부에는 사회자의 선창으로 고창군청의 행정을 규탄하는 ‘군민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결의문을 통해 군민들은 ▲통일교 골프장 및 컨벤션센터 140억 원 지원 및 카누경기장 특혜 전 과정 100% 공개 ▲특정 종교 사설 놀이터로 전락한 카누슬라럼경기장 지원 중단 및 환경 파괴 개발 철회 ▲종교 자본과의 혈세 퍼주기 야합 원천 무효 선언 및 군민 참여 ‘민관 합동 전면 재검증기구’ 즉각 설치 등 3대 요구안을 강력히 촉구했다.
떼창과 세리머니로 수놓은 평화적 축제의 장… “6월에 더 큰 촛불로 만날 것”
이날 행사는 엄숙한 규탄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 예술적 요소가 어우러진 평화적 축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아침이슬〉,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걱정말아요 그대〉 등을 한목소리로 떼창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를 다졌다.
행사를 진행한 사회자 서동권, 이유진 씨는 폐회사에서 “오늘 우리의 촛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성숙한 질서 의식으로 자리를 정리한 군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오는 6월,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다시 모여 고창의 미래를 군민의 손으로 직접 지켜내자”고 약속하며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1차 집회 사찰 의혹과 2차 집회 폭력 저지 사태 등 행정망과 배후 세력의 온갖 탄압 속에서도 군민들의 참여는 오히려 늘어나고 목소리는 한층 더 단단해지고 있다”며, “군민들의 정당한 요구안이 전면 수용될 때까지 끝까지 평화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