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헤드라인[집중취재] ‘소 잃고 외양간’ 고창군 행정… 법적 의무인 ‘세륜기’ 없어도 된다는 담당 과장 망언 ‘파문’

[집중취재] ‘소 잃고 외양간’ 고창군 행정… 법적 의무인 ‘세륜기’ 없어도 된다는 담당 과장 망언 ‘파문’

전북환경청 ‘기계식 세륜시설 설치’ 명시적 협의 조건 무시

by 공익탐사뉴스

가축 폐사 원인 규명과 비산먼지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고창군 관계자 등이 참석한 해리면 민원 대책회의 현장. (사진=김현수 기자)

 

(공익탐사뉴스=김현수 기자) 고창군(군수 권한대행 김영식)이 해리면 축산농가의 무더기 가축 폐사 민원을 해결하겠다며 대책 회의를 열었으나, 정작 허가 부서 책임자가 법적 의무 사항인 ‘세륜기 설치’를 두고 “없어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공사 현장의 비산먼지 방지를 위한 필수 시설마저 무시한 군 행정의 안일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물 뿌리면 세륜기 없어도 돼”… 상식 밖의 행정 발언 논란

지난달 27일 오후 해리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광승·방축·월산마을 축산농가 민원 해결을 위한 2차 대책회의’. 김영식 군수 권한대행과 관계 공무원, 피해 농민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고창군 행정의 무지를 드러내는 황당한 발언이 나왔다.

김종신 고창군 산림녹지과장이 광승리 토사 채취장 내 세륜시설 미설치 지적에 대해 “세륜장이 없어도 되는 게, 살수하는 경우에는 없어도 된다”라고 발언한 것이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전혀 달랐다. 해당 사업 허가 전 필수 절차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 승인 기관인 전북지방환경청은 대기질 오염 및 비산먼지 방지를 위해 ‘기계식 세륜·세차 시설 1개소 설치’와 ‘주기적 살수차 운행’을 명시적인 협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협의 조건은 허가의 전제조건이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사 중단 조치’까지 내려질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행정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할 담당 과장이 오히려 업체의 위법 행위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한 셈이다. 현장에서는 최근 이 같은 사실이 논란이 되자 뒤늦게 부랴부랴 세륜기를 설치하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고창군 해리면 광승리 토사 채취장 진출입로에 주민 민원과 언론 지적이 잇따르자 부랴부랴 설치 중인 기계식 세륜·세차 시설의 모습. (사진=김현수 기자)

진동·소음에 쓰러지는 소들… 축산농가 “덤프트럭이 송아지 죽였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월부터 해리면 광승, 방축, 월산마을 일대 축사에서 송아지들이 잇따라 유산하거나 폐사하면서 촉발됐다. 농민들은 그 원인으로 마을 인근 토취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형 덤프트럭과 토사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소음·진동을 지목했다.

한 피해 농민은 “대형 트럭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데, 예민한 임신우(임신한 소)들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유산하고 있다”며 “이것은 자연사가 아닌 행정과 업체가 만들어낸 인재(人災)”라며 울분을 토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고창군은 지난달 24일 1차 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농가와 사업자, 수의사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피해보상 대책을 논의했으며,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당일부터 토사 반출 작업을 전면 중단시킨 상태다.

막대한 토사는 어디로? ‘특혜 논란’ 모나용평 테마파크 배후 의혹

그렇다면 해리마을 주민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며 채취한 막대한 양의 토사는 과연 어디로 향했을까. 취재 결과, 이 토사들은 고창염전 부지에 조성 중인 대규모 관광단지인 ‘고창테마파크’ 건설 현장으로 반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창테마파크는 통일교 관련 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주)모나용평이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그러나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토지 매입 및 인허가 과정 전반에 이르기까지 지역 사회 내에서 끊임없이 특혜 행정 논란이 제기되어 온 곳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대형 프로젝트를 밀어주기 위해 고창군이 지역 주민들의 환경 피해나 기초적인 법적 의무 사항(세륜기 설치 등)마저 눈감아 주며 속도전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창군 “근본적 대책 마련하겠다” 밝혔지만… 주민 신뢰는 바닥

김영식 군수 권한대행은 “소중한 가축을 잃은 농민들의 아픔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 농가와 사업자 간의 원만한 합의점을 찾고,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군 관계자는 “그간 덤프트럭 감속 운행 지시, 작업 시간 조정, 신호수 배치 등 민원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으나 미흡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장 감독 체계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실무 부서장이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세륜기가 없어도 된다”는 식의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 만큼, 고창군의 대책 마련 약속이 ‘임기응변식 면피용’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주민들의 불신과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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