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중앙회 강호동 회장이 2026년 3월 정례조회에서 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NH TV 농협방송 화면 갈무리)
[공익탐사뉴스=김민중 기자] 농협중앙회 수뇌부를 둘러싼 비리 의혹과 방만 경영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NH농협금융지주의 독특한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농협금융은 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독립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고질적인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지난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신경분리’가 단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농협금융은 여전히 농협중앙회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특히 중앙회장이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 및 계열사 CEO들이 대거 교체되는 관행은 중앙회의 입김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실제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이후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서 중앙회와 지주 간의 인사 갈등이 노골화되기도 했다. 당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의 이견이 연임 실패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랐다.
지배구조의 핵심 문제는 이사회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중앙회 추천 인사가 맡는 ‘기타비상무이사’는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참여해 핵심 인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다. 반면 금융지주 회장은 오히려 임추위에서 제외되어 있어, 사실상 중앙회의 의중이 인사를 좌우하는 구조다. 현재 이 자리는 강 회장이 추천한 박흥식 전 조합장이 맡고 있어 독립성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농협금융 이사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농협은행의 잇따른 금융사고를 계기로 실시한 현장검사에서 지배구조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정은 농협중앙회장이 지주사와 자회사의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농협 자체적으로도 ‘농협개혁위원회’를 통해 자회사의 인사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각종 비리 의혹과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강호동 회장은 중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강 회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제기된 사퇴 요구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으며, 법적 책임이 드러날 경우에만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농협금융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앙회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독립 경영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