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탐사뉴스 김현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설탕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제당 3사의 장기 가격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역대급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강력 제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씨제이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가 4년여간 설탕 판매 가격의 인상 및 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83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정위는 씨제이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가 4년여간 설탕 판매 가격의 인상 및 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83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진=nano-banana-pro)
■ ‘올릴 땐 빠르게, 내릴 땐 느리게’… 8차례 걸친 치밀한 담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3사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B2B(기업 간 거래) 설탕 가격을 담합했다. 이들은 원당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즉각 반영하기 위해 인상 시기를 맞췄고, 가격 인상을 거부하는 업체에는 3사가 공동으로 압박을 가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반면 원당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하 폭을 최소화하고 시기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표급부터 실무 팀장급까지 직급별 모임을 수시로 가졌으며, 많게는 한 달에 9차례나 만나 세부 실행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 ‘역대 2위’ 과징금 규모… 사업자당 평균은 ‘최대’
이번 사건에 부과된 4,083억 원의 과징금은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총액 기준 역대 두 번째(1위는 2010년 LPG 담합)로 큰 규모다. 특히 사업자당 평균 과징금은 약 1,361억 원으로 역대 담합 사건 중 가장 높다.
업체별 과징금은 ▲씨제이제일제당 1,506억 8,900만 원 ▲삼양사 1,302억 5,100만 원 ▲대한제당 1,273억 7,300만 원이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해 검찰의 고발 요청에 따라 해당 법인들과 관련 임직원 11명을 이미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 “재범에 조사 방해까지”… 비난 가능성 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이 전 국민이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고통받던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엄중히 보았다. 특히 제당 3사는 2007년에도 같은 혐의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담합을 감행했다. 2024년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1년 넘게 담합을 유지하고, 조사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응을 논의하는 등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 이번 중징계의 배경이 됐다.
■ 향후 먹거리 물가 안정 위해 감시 강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식료품 분야에서 장기간 지속된 약탈적 담합을 제재한 것”이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키고 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향후 3년간 제당 3사에 대해 설탕 가격 변경 현황을 연 2회 보고하도록 하는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을 함께 부과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민생 밀접 품목에 대한 담합 조사도 신속히 마무리하여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