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탐사뉴스=김현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인공지능(AI) 산업의 미래 동력 확보와 고사 위기에 직면한 TBS(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지원을 골자로 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의결했다.
7일 진행된 이번 전체회의는 단순한 예산 심의를 넘어, 대한민국의 디지털 패권 전략과 공영방송의 존립 근거를 둘러싼 여야의 가치관이 정면으로 충돌한 장이었다. 야당 단독 처리라는 진통 끝에 상임위 문턱을 넘은 이번 예산안은 향후 우리 사회의 산업 지형과 미디어 생태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선제적 투자, AI G3 도약의 승부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으로 편성된 1,000억 원 규모의 ‘AI 반도체 및 피지컬 AI 실증 지원’ 예산은 단순한 기술 개발 보조금을 넘어선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피지컬 AI’ 분야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특히 자율주행차, 고도화된 산업용 로봇, 스마트 팩토리 등 실물 경제와 직결된 분야에 AI를 이식하는 실증 사업은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AI 전환 패스트트랙(229억 원)’과 ‘시민 체감형 AI 바우처 지원(20억 원)’ 등은 기술 혁신의 낙수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대기업 위주의 기술 성장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일반 시민들이 AI의 효용을 직접 체감하도록 함으로써,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민생안정 AI 서비스 실증(150억 원)’ 역시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나 재난 대응 시스템 등 공공 영역에 AI를 도입하여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려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 투자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징검다리가 될 전망이다.

TBS 사옥. (사진=TBS)
벼랑 끝에 선 TBS와 공영방송의 존립 가치를 둘러싼 충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소관 예산 중 49억 5,000만 원 규모의 TBS 지원 예산은 이번 추경안의 최대 쟁점이자 갈등의 핵이었다. 2022년 서울시의회의 지원 조례 폐지 이후 출연금이 완전히 끊기면서 TBS는 방송 역사상 유례없는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19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거리에 나앉게 된 방송 노동자들의 현실은 이번 예산안을 단순한 ‘방송사 지원’이 아닌 ‘노동 생존권 보호’라는 인권적 차원의 문제로 격상시켰다. 야당 의원들은 공영방송이 정치적 외압에 의해 고사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며, 수도권 시민의 안전망 역할을 해온 TBS의 기능을 복원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개혁신당과 국민의힘은 TBS의 과거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준석 의원은 TBS가 과거 교통방송으로서의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예산 투입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추경의 본래 취지인 ‘중동발 위기 대응’과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정치적 편향 방송 구제’라는 프레임을 강화했다. 이러한 팽팽한 대립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재원 마련 모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합의가 얼마나 부재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임위 통과 이후의 파급력과 예결위의 정치적 고차방정식
야당 주도로 과방위를 통과한 이번 추경안은 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라는 최종 관문 앞에 서 있다. 하지만 상임위 과정에서 보여준 여야의 극심한 대립은 향후 심사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정부와 여당은 긴축 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특정 예산의 과다 편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고, 야당은 민생과 미래 먹거리, 그리고 방송 정상화를 위한 ‘패키지 딜’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보통신서비스 투명성센터 설립(22억 6,700만 원)’과 같은 신규 사업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권한과 맞물려 있어 이해관계자들의 치열한 로비와 정책적 공방이 예상된다.
결국 이번 추경안의 향방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과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국회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 AI 산업에 대한 적기 투자가 늦어질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우려가 크며, TBS 구성원들에 대한 인도적 조치가 지연될 경우 방송 생태계 전반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미래 전략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대의 아래 국회가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릴지,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 삶의 질과 산업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