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탐사뉴스=김현수 기자] 지방자치의 최전선에서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행정을 감시해야 할 의회 수뇌부가 공무원 자리를 담보로 거액의 뒷돈을 챙긴 정황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지방의회에 부여된 인사권이 어떻게 사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사례이다. 특히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어야 할 풀뿌리 정치가 부패의 온상으로 변질되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진=Gemini Nano Banana 2
검찰, 의장과 운영위원장의 권한 남용을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구속 기소 단행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24일, 박성호 강서구의회 의장과 전철규 운영위원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의회 내 최고의 의사결정권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공무원 채용 과정에 조직적이고 부당하게 개입했으며, 그 대가로 받은 금품의 성격이 매우 악의적이라고 판단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것은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관련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사법당국이 인정한 결과이다.
비리의 사슬은 의회 수뇌부에만 머물지 않고 공직 사회 내부로 깊숙이 뻗어 있었다. 검찰은 이들에게 인사 청탁을 시도하며 뇌물을 건넨 현직 공무원과 채용 대상자 등 5명을 뇌물공여 및 제3자뇌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이번 채용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사법 심판대에 오르게 된 인원은 총 7명에 달한다. 이는 지방의회 내부에 뿌리 깊게 박힌 청탁 문화와 부패의 연결고리가 특정 개인을 넘어 하나의 생태계처럼 구축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지표이다.
금목걸이와 수천만 원의 현금이 오간 범행 수법 매관매직의 전형적인 모습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되었으며 그 수법 또한 매우 대담했다. 박 의장과 전 위원장은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약 4개월간 집중적으로 이른바 ‘인사 장사’를 벌였다.
이들은 중간 전달자 역할을 수행한 A씨를 브로커로 활용하여 공무원 채용을 미끼로 시가 1,500만 원 상당의 황금 목걸이와 현금 2,500만 원 등 총 4,000만 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했다. 이는 공적인 임용 절차가 철저히 금전적인 거래로 치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들의 탐욕은 멈추지 않고 더욱 대상을 확대해 나갔다. A씨를 통해 또 다른 채용 희망자 3명으로부터 추가로 3,100만 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었는데, 이는 절실하게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과 구직자들의 간절함을 착취한 행위와 다름없다.
특히 박 의장은 2024년 7월경, 별정직 공무원의 계약 기간 연장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단독으로 200만 원을 챙기는 등 소액의 편의 제공조차 금전적 보상 없이는 이행하지 않는 철저한 매관매직의 행태를 보였다.
이러한 비리는 성실하게 근무하는 대다수 공무원의 사기를 꺾고, 공직 사회의 기강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이다.
특정인을 위한 맞춤형 채용을 위해 행정 규칙까지 조작한 정황은 공적 시스템의 붕괴
이번 사건에서 대중을 가장 경악게 한 핵심은 단순히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넘어, 행정 제도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개조했다는 점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 이들은 뇌물을 받은 인물을 확실하게 채용하기 위해 구청의 내부 규범인 ‘별정직 공무원 정원 규칙’을 임의로 변경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공적 권력을 이용해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표적 규칙 개정’으로, 법치 행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러한 ‘맞춤형 자리 만들기’는 공정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 모든 채용 시스템의 근간을 붕괴시킨다. 뇌물을 준 사람의 스펙에 맞춰 지원 자격을 수정하거나 정원을 조정함으로써, 정당한 절차를 믿고 실력을 쌓아온 다른 지원자들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공적 시스템이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복무하게 만든 이들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투명성을 파괴하는 독소와 같으며, 권력 남용이 도달할 수 있는 최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수사 기관의 전방위적인 압수수색과 법원의 구속 결정은 사안의 엄중함을 증명
경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첩보를 입수하고 긴 호흡으로 수사를 이어왔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 걸쳐 단행된 의장실과 운영위원장실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비리의 실체를 밝히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은밀하게 오간 메시지와 금전 거래 정황이 담긴 장부 등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월 피의자들을 소환하여 범행 사실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사법부 역시 이 사건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였다. 법원은 지난달 말,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피의자들이 지위를 이용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참고인들에게 외압을 가할 우려가 충분하다”고 명시했다.
지역 사회를 이끌어가는 의회 수장이 구속된 채 재판을 받게 된 작금의 사태는 지방자치제의 도덕성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혔으며, 이는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너진 공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과 제도적 감시망 구축 필요
이번 사건은 지방의회에 부여된 자율권과 인사권이 견제 장치 없이 방치될 때 어떤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 채용이나 계약 연장을 미끼로 금품을 수수하는 불법적인 관행이 공직 사회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공소 유지와 엄중한 처벌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사후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혁신이다.
지방의회는 이번 사태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전면적인 자정 노력에 나서야 한다. 인사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여 외부 위원의 참여를 실질화하고, 의원들의 권한 남용을 감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채용 과정의 모든 단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정한 청탁이 발견될 경우 즉각적으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공직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않는 한, 실추된 지방자치의 위상을 회복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할 것이다. 향후 법원의 선고 결과가 공직 사회에 어떤 강력한 경고음을 울릴지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