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탐사보도[기획] 공공시설 굴착기로 바닥 뚫어 특설무대?…‘군수 옹호’ 관제집회 논란 일파만파

[기획] 공공시설 굴착기로 바닥 뚫어 특설무대?…‘군수 옹호’ 관제집회 논란 일파만파

시민단체, ‘군민 화합’ 탈 쓴 군수 방어 집회… “동지 여러분, 힘 실어달라” 동원령 논란

by 공익탐사뉴스

야외공연장 바닥에 굴착기로 구멍 뚫어 고정… 공공재산 훼손 파장
지역사회 “특정 정치인 세 과시 행사에 공공 문화시설 파괴까지 감행” 분통
공유재산법 위반 및 직무유기 의혹… 시민단체, 원상복구 촉구

지난 8월 25일 저녁 고창 문화의 전당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고창군민 하나로’ 문화제 현장. 행사 취지와 달리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심덕섭 군수를 옹호하고 세를 과시하기 위한 동원 집회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공익탐사뉴스=김현수 기자] 지난 8월 25일 저녁 7시, 전북 고창군 문화의 전당 앞 모양성 야외공연장에서 ‘고창군민 하나로’라는 이름의 문화제가 열렸다. 그러나 행사 취지와 달리, 해당 문화제가 최근 사법당국의 수사로 위기에 몰린 심덕섭 고창군수를 옹호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동원된 “관제 집회나 다름없다” 라는 비판과 함께, 무대 설치 과정에서 공공시설물 바닥을 무단으로 훼손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 무대 설치를 위해 고창 문화의 전당 야외공연장 바닥 포장면에 굴착기로 구멍을 뚫고 철제 파이프 구조물을 직접 박아 넣어 공공재산을 무단으로 훼손한 정황이 포착됐다. (사진=김현수 기자)

구멍 뚫고 쇠말뚝 박힌 바닥… 공공재산 훼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무대 설치 현장의 참상이었다.

행사가 열린 고창 문화의전당 앞 모양성 야외공연장은 고창군민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하는 대표적 공공 문화 휴식 공간이자, 각종 공연과 문화 행사를 위해 군민의 혈세로 조성된 뜻깊은 장소다.

하지만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무대 구조물(철제 파이프 구조물)을 고정하기 위해 야외공연장 바닥 콘크리트 및 포장면에 직접 굴착기로 구멍을 뚫고 대형 쇠말뚝을 박아 넣었다. 또한 철제 구조물이 철거된 이후에도 야외공연장 바닥에는 시멘트와 아스콘이 훼손된 채 흉물스러운 구멍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공공시설의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현장을 목격한 한 군민은 “군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공 야외공연장에 바닥을 파헤치고 구멍을 뚫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라며 “공공재산 보호에 앞장서야 할 행정이 이를 뻔히 보고도 방조했거나 주도했다면 전형적인 직무유기이자 명백한 공공기물 훼손 행위”라고 강하게 분통을 터뜨렸다.

법률 전문가 역시 “지자체의 승인 여부를 떠나 공공시설물에 훼손을 가하며 공사를 감행한 것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위반 및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만약 고창군이 무단 점유와 훼손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관리책임자에 대한 배임 및 직무유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철제 구조물 철거 후 야외공연장 바닥에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대형 쇠말뚝 구멍. (사진=김현수 기자)

“군수님께 힘 실어드리자”… 화합 포장한 관제 동원령 논란

이번 행사는 개최 전부터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와 SNS, 문자메시지를 통해 유포된 초대글 때문에 ‘사조직 동원 집회’라는 의혹을 사왔다.

주최 측이 유포한 [공지/초대] 글에는 “유난히 어수선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마침내 군민의 손으로 흐트러진 군정을 바로 세우고 고창의 상식을 되찾는 뜻깊은 첫걸음”이라며 “묵묵히 고창을 위해 땀 흘리시는 군수님께 큰 힘을 실어드리고, 갈등을 넘어 진정한 군민 대통합을 이루는 결의의 장”이라는 문구가 노골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가족, 지인분들의 손을 꼭 잡고 함께 자리를 가득 메워주십시오”, “하트/공감 표시로 참석 의사를 밝혀달라”며 세 결집을 강하게 독려했다.

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최근 고창군정은 군수실 및 자택 압수수색, 측근 구속 등 각종 비리 의혹과 사법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로 민심이 극도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처럼 중대한 시국에 문제를 깊이 성찰하고 군정 정상화에 힘써야 할 시점에, 군수 옹호 세력을 결집해 ‘세 과시용 쉴드 집회’를 열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의 한 주민은 “문자 내용의 ‘동지’라는 표현부터가 전체 군민을 위한 행사가 아닌 특정 계파의 정치적 결의대회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군민의 이름으로 군수를 방어막 삼으려는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꼬집었다.

▲ 주최 측이 유포한 모바일 공지문. “군수님께 큰 힘을 실어드리자”, “동지 여러분의 단결된 힘이 절실하다” 등 특정 정치인을 방어하기 위한 세 결집 문구가 명시되어 있어 ‘관제 동원’ 논란이 되고 있다.(편집=김현수 기자)

“공공 문화 공간 모독… 진정한 화합 아닌 군민 편가르기”

고창동학혁명시민연대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집회를 ‘명분 없는 어용 관제 집회’로 규정하고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유명 개그맨 노정렬 씨가 관제 집회에 동원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대현 고창동학혁명시민연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중앙당후원회 홍보대사, 경기도 홍보대사 등으로 활동하는 인사가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으며 위기에 몰린 심덕섭 군수를 옹호하는 관제 집회 성격의 문화제에 사회자로 동원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지역민의 정당한 비판을 묵살하고 특정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한 어용 행사에 유명 인지도까지 이용하려 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시민단체 관계자는 “군민 모두의 문화 휴식 공간인 고창 문화의 전당 야외공연장에서, 권력 비리 의혹을 받는 군수 개인을 위해 관제 집회를 열고 공공시설물까지 파괴한 것은 고창의 상식과 시민 자존심에 대한 정면 모독”이라며 “정당한 군정 비판과 진상 규명 요구를 ‘어수선한 갈등’으로 치부하고 군민을 동원하는 행태는 참된 화합이 아니라 또 다른 편가르기일 뿐”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역 시민사회는 “즉각적인 야외공연장 바닥 원상복구 명령, 시설물 무단 훼손 행위자에 대한 법적 고발, 그리고 고창군 행정의 묵인·방조 의혹에 대한 철저한 감사원 감사 청구를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묵인·방조 의혹 고창군… 책임 규명과 행정 처분 불가피

이번 일로 고창군 행정의 편향성에 대한 질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표적 공공 문화시설인 야외공연장에 굴착 장비와 철제 구조물이 동원되고 바닥에 구멍을 뚫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관할 지자체가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공 공연장 사용 허가 과정에서 ▲적법한 시설 점용 및 사용 허가가 있었는지 ▲구조물 설치에 따른 원상복구 이행 보증 조치가 있었는지 ▲특정 정치적 목적의 집회에 공공 자산 이용이 우대되었는지 여부에 대해 행정의 명확한 해명이 요구된다.

‘군민 화합’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으나, 실제로는 공공재산 파괴와 군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처만 남긴 이번 관제 집회로 보이는 문화제. 수사당국의 비리 수사와 더불어 공공시설 훼손에 대한 책임자 처벌 촉구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고창 지역사회의 정국은 한층 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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